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공감'이 결여된 현대 사회의 잔혹함을 예리하게 포착한 소설입니다. 이 글은 '아몬드'를 단순한 성장 소설을 넘어, '공감 불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분석합니다.
2017년 출간된 손원평 작가의 장편 소설 '아몬드'는 출간 즉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습니다. '알렉시티미아(Alexithymia, 감정 표현 불능증)'라는 독특한 소재, 흡인력 있는 스토리, 강렬한 메시지로 수많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2020년에는 일본 서점 대상 번역 소설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해외에서도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몬드'를 단순한 성장 소설, 혹은 특이한 소재를 다룬 소설로 한정 짓지 않고, "감정"과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작품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선윤재'의 눈을 통해, 역설적으로 '공감'이 사라져 가는 현대 사회의 병폐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은 '아몬드'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을 마주하고, 진정한 '공감'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을 것입니다.
1. '아몬드'와 '알렉시티미아': 감정 불능 사회의 은유
'아몬드'의 주인공 열여섯 살 소년 '선윤재'는 '알렉시티미아', 즉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편도체'의 이상으로 인해 두려움, 분노 등의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편도체는 아몬드처럼 생겼다고 해서 작품 속에서 '아몬드'라고 불립니다. 윤재는 타인의 감정을 읽지도, 자신의 감정을 느끼지도 못하기 때문에, '괴물'로 불리며 사회에서 소외됩니다.
'알렉시티미아'는 실제로 존재하는 증상이지만, '아몬드'에서는 단순한 의학적 설정을 넘어, 감정이 메말라 가는 현대 사회를 은유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우리는 윤재와 같이 생물학적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진정한 소통과 공감보다는 피상적인 관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몬드'는 이러한 현대인의 '정서적 불구' 상태를 윤재의 '알렉시티미아'를 통해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2. 괴물과 소년, 두려움과 폭력의 이중주
'아몬드'는 두 '괴물'의 이야기입니다. 한 명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이고, 다른 한 명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력으로 분출하는 소년 '곤이'입니다. 두 소년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사회로부터 '괴물'로 낙인찍힌 소외된 존재라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윤재는 감정이 없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 '두려움 없음'은 곤이의 폭력성을 자극하는 요인이 됩니다. 곤이는 두려워하지 않는 윤재에게 더욱 잔혹한 폭력을 가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합니다. '아몬드'는 이 두 소년의 기묘한 관계를 통해, 두려움과 폭력이 어떻게 서로를 증폭시키는지 섬뜩하게 보여줍니다. 이는 두려움에 기반한 폭력이 만연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3. '공감'의 부재, 그리고 소통의 단절
'아몬드'의 세계는 '공감'이 부재한 세계입니다. 윤재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 역시 윤재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러한 '공감의 부재'는 결국 소통의 단절로 이어지고, 이는 비극적인 사건을 초래하는 원인이 됩니다.
윤재의 할머니와 엄마는 윤재에게 끊임없이 '정상적인' 감정 반응을 강요합니다. 그들은 윤재를 사랑하지만, 그의 '다름'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다름'을 포용하지 못하고 획일적인 기준을 강요하는 모습을 반영합니다. '아몬드'는 '공감'의 부재가 얼마나 큰 폭력을 낳을 수 있는지, 그리고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묻습니다.
4. '아몬드'가 던지는 질문: 진정한 '공감'이란 무엇인가?
'아몬드'는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과연 '비정상'인가? 진정한 '공감'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공감'은 단순히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아몬드'는 윤재라는 '이방인'의 눈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공감'에 무지하고 무관심했는지 깨닫게 합니다. 이 작품은 진정한 '공감'이란 상대방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5. '아몬드', '공감 불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경종
'아몬드'는 단순한 성장 소설을 넘어, '공감 불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경종을 울리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다름'을 포용하지 못하고 획일적인 기준을 강요하는 사회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진정한 '공감'과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아몬드'를 읽고 나면, 우리는 주변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 자신은 얼마나 타인에게 공감하고 있는지,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아몬드'는 우리가 잃어버린 '공감' 능력을 회복하고, 진정한 소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나침반과 같은 작품입니다.
글을 맺으며,
'아몬드'는 분명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과 강렬한 메시지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아몬드'를 통해 진정한 '공감'의 의미를 되새기고, '공감 불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성찰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고: 작품 속 구체적인 사건, 등장인물 간의 관계, 결말 등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하여 스포일러를 방지하고자 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권합니다.